오늘은 대림 제3주일입니다. 대림시기에는 차분함을 상징하는 자색(紫色) 제의를 입지만, 대림 제3주일이 되면 성탄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대림시기도 반환점에 왔으니 성탄이 가까웠음을 의식하라는 뜻에서 흰색(성탄에 입는 제의색)에 가까운 장미색(분홍색) 제의를 입는 전통이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날은 자선주일(慈善主日)로 지냅니다. 대림시기를 보내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자선’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대림시기는 ‘회개하라’는 복음말씀을 들으며 시작합니다. 이는 사순시기에도 같은데요. 여러분께서는 똑같이 ‘회개하는 때’인 사순시기와 대림시기를 보낼 때에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기본적으로 사순시기는 부활대축일을 준비하는 때이지요. 그래서 이때의 회개는 ‘수난과 죽음을 겪고서 부활하신 예수님처럼’ 우리도 부활하여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말합니다. 그래서 극기로써 예수님의 십자가의 수난에 동참하고자 하며, 희생을 강조합니다. 희생하면서까지 보다 큰 사랑을 드러내고자 노력함으로써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은 “새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물론 구원의 실현인 부활의 체험이 개인적인 차원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는 나 자신의 변화, 성화(聖化), 완성을 지향하는 것이 사순시기를 보내는 ‘회개’의 정신입니다.
이에 반해 대림시기의 회개는 성탄(聖誕) 곧 예수님의 오심으로 인해 이룩된 하느님 나라를 구현(具現)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그래서 이때의 회개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적극적인 모습이며 교회에서 가장 권장하는 노력은 바로 ‘자선(慈善)’입니다. 이 땅에 하느님 나라가 완성될 때를 앞당기기 위해 사랑을 실천하기에 소극적이었던 점을 적극적인 노력으로 만회하는 것이 바로 이 자선의 실천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대림시기의 자선은 단순히 추운 겨울에 접어든 연말에 춥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연민의 정을 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교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자선주일을 보내는 대림 제3주일 이날에 자선을 위한 별도의 헌금을 받아 자선사업에 활용합니다. 우리가 비록 미사를 거행하지 못하는등의 이유로 인해 이런 방법을 동원하지는 않습니다만, 또한 여러 가지 이유로 자선의 정신을 실천하는 데에 제약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세상을 바꾸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 같은 이 미약한 마음과 정성일지라도 하느님 나라가 완성될 때를 앞당기고자 하는 ‘과업(課業)’의 실천이 곧 자선의 의미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아울러 자선이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미덕(美德)이나 권장할 만한 일 정도일지라도, 우리들에게는 중대한 사명(使命)이며 앞다투어 실천해야 할 중요한 일임도 기억했으면 합니다.
자선의 정신을 기억하며 기쁘게 성탄을 맞도록 잘 준비해 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