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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신부들 발령을 내는 데에 있어 몇 가지 불문율 같은 것들이 있는 듯 합니다. 요즘은 신부들의 자질이나 능력 혹은 사목적 관심사 등을 고려한 사제인사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만, 이런 조건에 상관없는 대전제가 몇 가지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출신본당에는 보내지 않는다’와 ‘한 번 소임을 했던 본당에는 다시 보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신부들이 일부러 출신본당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설본당에 발령을 받아 성전건립을 해야 한다거나, 군종신부로 임관하여 있을 때에 따로 도움을 구할 일이 있는 경우 등입니다. 실제로 모금의 목적만으로 어느 본당을 찾아 도움을 구할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도움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곤 합니다.

 

  그러면 오늘 복음에 나오는 고향이라는 곳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단순히 지리적인 장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과거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는 곳, 내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면 말입니다. 우리가 복음을 전하고 신앙으로 인도하는 데에 있어서도 가장 가까운 이들, 곧 배우자나 자녀 혹은 직장동료, 어린시절부터 오랜기간 동안 알고 지낸 친구 같은 이들에게 신앙을 전한다는 것이 가장 어렵기도 합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좀 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신앙을 전한다 해도, 좀 더 권위있게 증언한다 해도 그것이 기존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인식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인 듯 합니다.

 

  혹여나 우리가 누군가의 증언이나 복음전파를 두고 이런 반응을 보이는 때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인간적인 평가나 기억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그 생각과 기억으로 인해 내가 받아들여야 하고 새겨들어야 할 하느님의 뜻을 외면할 수 있는 위험이 있음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습니다.

  한편 우리 주위의 누군가가 신앙을 갖거나 혹은 회개함으로써 누군가가 달라졌습니까? 그렇다면 그의 아쉬웠던 과거의 모습을 기억하더라도 이를 입으로 옮기거나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상대방이 나를 '너무 잘 아는 사람'으로 여기는 바람에 내 신앙을 전하기가 어렵습니까? 그럼에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으며 신중을 기하되, 당당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떠올려봅시다 : 주님께서는, “너는 내 은총을 넉넉히 받았다. 나의 힘은 약한 데에서 완전히 드러난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리스도의 힘이 나에게 머무를 수 있도록 더없이 기쁘게 나의 약점을 자랑하렵니다.(2코린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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