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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말씀에서 우리는 한 부자에 대한 비유를 들었습니다. 이 부자는 자신의창고에 다 넣어둘 수 없을 만큼 재산이 많았고, 그래서 창고를 새로 지을 생각을 합니다. 풍요로운 생활,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편안한 생활, 자신의 재물을 관리하고 지키는 데에만 신경을 쏟고 있습니다. 그의 마음이라는 창고 속에는 오직 재물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차 있습니다. 그의 마음창고에는 가족도, 친구들도, 하느님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습니다. 대인관계도 원만할 리가 없습니다. 재물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 그것을 잘 지키고 보관하는 것에 늘 마음이 가게 되니까,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귀에 잘 들어올 리가 없습니다. 이렇게 살아간다면 이 부자는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부자의 삶은 무미건조한 것이 되고 맙니다. 심지어 돈 때문에 혈연관계까지도 끊어버리는 사람들마저 가끔씩 보게 되기도 하니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부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면서,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루카 12,15) 하고 경고하십니다. 재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거느리고 다스리는 어떤 힘과 권력, 명예 혹은 웰빙 신드롬처럼 건강에 대한 지나친 욕구, 심지어 신앙생활을 하는 가운데서도 내가 다른 누구보다도 하느님과 가깝다고 지나치게 우월의식을 가지는 교만한 마음가짐까지도 경계해야 합니다. 이런 탐욕들, 지나친 욕심은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맛볼 수 있는 작고 평범한 행복들, 다양한 삶의 의미를 가치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원래 이런 가치들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수단들입니다. 재물이 많이 있으면, 그 재물을 유용하게 사용함으로써 내 삶을 풍족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과 명예가 있다면, 나를 신뢰하고 나의 권위와 능력을 인정해주는 그 사람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내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살을 빼서 건강해지면, 일하고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자신감과 활력이 생깁니다. 내가 신앙심이 뛰어나다면, 하느님으로 인해 내 삶이 기쁘고 의미있는 것이 되기 때문에 하느님께 감사하면서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재물이든 명예든 건강이든 그 모든 가치들을 과도하게 좇거나 마음을 빼앗길 때에, 우리는 자신의 마음에 하느님을 모시고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세례성사의 은총을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하느님의 성령께서 머무시는 궁전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이 탐욕으로 가득차있다면 언젠가는 썩어없어질 것들, 특히 죽고 나면 더 이상 내것이 될 수 없는 것들로만 가득찬 고물창고가 되고 말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의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는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난 사람들입니다(콜로 3,1-4).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을 약속받았고 또한 꿈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어진 재화와 가치들에 마음을 빼앗겨서 끌려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주체적으로 잘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들을 선용함으로써 하늘나라에 재물을 쌓아두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창고가 탐욕이라는 지저분한 물건으로 가득차지 않도록 그 창고를 잘 관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나의 마음창고를 깨끗이 정리하고 잘 관리하기 위해서 내가 버리거나 내려놓아야 할 욕심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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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앞으로 당분간은 제가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 다른 지역을 오가는 일이 많을 듯 합니다. 그래서 8월 한달간은 강론 게재를 쉬고, 주일에만 강론을 올려두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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