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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저는 지금 시설격리기간의 막바지에 있습니다. 코로나 덕분(?)에 두세 달씩이나 자리를 비우는 희귀한 경험을 벌써 두 번째나 하게 되네요. 특히나 이번에는 공동체의 안방을 옮기는 중요한 때에 자리를 비우게 되어 더욱 죄송한 마음이 있네요.

 

  제가 아는 어느 신부님은 우스갯소리로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 휴가등으로 본당신부가 자리를 비웠는데, 그 빈 자리를 전혀 느끼지 못하거나 신부를 찾을 일이 없으면 “약간은 속상하다”고요.

  조직이 원활하게 기능한다는 뜻이어서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자기가 없어도 무탈한 것은 신부 스스로가 불필요한 존재인가를 생각하게끔 만들기도 한다는 느낌을 위와 같이 농담으로 풀어내는 것입니다.

  물론 저는 인생이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저런 생각도 없습니다. 그러나 혹시나 공백이 생긴다면 얼른 제자리로 돌아가서 메워나가야지 하는 생각을 할 뿐입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처럼 우리도 누군가의 존재와 역할이 소중함을 생각할 때는 많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을 소중히 대하셨습니다. 무관심의 대상이 되기 쉬운 그들을 오히려 먼저 언급하시고, 그들에 대한 당신의 관심을 드러내십니다. 바리사이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 “네가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베풀 때, 네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을 부르지 마라 ……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는 행복할 것이다.”(루카 14,12-14)

 

  예수님의 시대 당시의 가난한 이들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그들이 ‘의인들의 모임’을 상징하는 듯한 바리사이의 식사초대에서 제외되어 있었듯 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만은 그들을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모른다 하더라도, 그분만은 알고 계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아신다는 사실이 단순히 마음소으로 자위(自慰)하는 ‘빈 말’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의 존재와 행동과 봉사에 의미를 부여하는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어야겠습니다.

 

  우리가 평소 사랑하고 있는, 우리에게서 사랑받는 사람들은 이미 넉넉히 사랑받고 있고, 어지간하면 앞으로도 사랑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살면서도 하느님의 같은 자녀로써 외로움에 빠져있는 이들은 지금도 누군가의 사랑을 원하지만 그저 기다리고만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실 앞에서, 오늘 복음의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은 우리가 내 마음에 드는 사람만이 아니라,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도 예수님과 같은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어야 함을 일깨워 줍니다.

  그런 노력을 통해 우리도 언젠가는 그들의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우리는 이 세상에서 보상하지 못하는 그들로 인해 하늘에서 보상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번 한 주도 또다른(새로운)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어 주도록 더욱 노력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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