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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우리가 간혹 신문이나 매체를 통해 접하는 사건과 사고, 사회현상, 새로운 법령 등에 관한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때를 발견합니다. 누가 그랬던가요, 세상 일이나 사람을 두고 한쪽 면만 있는 경우는 없다고요. 우리가 신앙의 신조(信條)를 지켜가거나 적용함에 있어서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제자들이 밀 이삭을 손으로 뜯어 먹는 것을 본 바리사이들이 시비를 걸어옵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제자들이 밀 이삭을 손으로 뜯어 먹은 일을 추수행위 곧 노동(勞動)으로 판단합니다. 이로 인한 논쟁을 떠올려보면 안식일의 법보다 사람과 그 생명을 더욱 귀하게 여기시는 예수님의 편을 들 것 같습니다만, 그렇다면 굳이 안식일에 쉬어야 한다는 규정을 견지할 이유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 또한 사람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또 말하지만 정작 공동체의 약속이나 교회의 규정, 사회의 법률 등에 저촉되는 경우 행위자 위주로 이해해 줄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규정과 원칙의 잣대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들이대면 ‘근본주의자’라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교회의 규정과 신자의 의무를 두고서 어떻게 지켜지도록 설명하거나 독려하고 때로는 별도로 개인의 사정을 보아 배려할지를 판단하는 것도 공동체에서 생활하는 신부의 중요한 몫이며 일상인데요. 제가 ‘배려심이 있는 사람’이라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개별상황에 대한 융통성있는 판단을 요청할 때에 되레 단호하게 원칙을 주장해서 ‘단호박’이라는 얘기도 듣는 것을 보면, 사람이 줏대없이 오락가락하거나 성격이 이중적이던지 아니면 위의 판단의 문제가 단칼에 무 자르듯 명쾌하고 단순한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싶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잊지 않아야 하고 흔들리지 않아야 할 두 가지 중심축은 여전히 존재한다 싶습니다. 첫째는 ‘원칙에서 예외가 되는 경우는 최소한으로’ 하는 것입니다.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 또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하느님의 계명과 교회의 규정, 공동체와의 약속을 지키는 데에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노력입니다. 일반적인 상황에 속하지 않는 개별적 상황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림으로써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입니다.

  이 두 경우 중 어느 쪽을 선택하든, “사람”이 중심가치가 되어야 합니다. 그 대상이 단지 한 사람만이 아닌 경우가 있을 뿐이겠죠. 이렇게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모습으로 예수님의 선택을 뒤따르기 위해서, 우리는 제대로 사랑하기 위한 지혜가 더욱 필요합니다. 이를 원하고 또 얻고자 노력하며 자기완성에 이를 때에, 때로는 우리를 성가시게 하고 불편하게 만들기에 차라리 없어도 좋겠다 싶을 그 계명이 우리에게는 은총이었음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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