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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예전에 ‘지식채널 e’라는 곳에서 아이들에게 가족의 의미를 헤아리도록 유도하는 과정을 실험적으로 소개하는 영상물을 본 기억이 납니다. 내용은 대략 이러합니다 :

 

  한 중학교에서 도덕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부모님을 30일 동안 칭찬하고 일기를 써 오라는 숙제를 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원성이 자자합니다. 왜냐하면 칭찬(稱讚)이란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자기들에게 해 주는 일방적인 행위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칭찬’이라는 말의 뉘앙스가 그러하기도 하죠.

  하지 않던 것을 하려니 처음에는 죽을 맛이겠죠. 숙제를 채우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사실 부모님 특히 아버지를 만날 시간도 별로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아무리 머리를 싸매도 부모님의 좋은 점이 잘 보이지 않는 느낌 때문에 아이들이 힘들어합니다. 

  처음에 중학생 자녀가 아버지께 칭찬을 건네는 과제를 억지로 수행하려니 뜬구름잡는 이야기, 책에서나 볼 법한 표현이 등장합니다 : “아버지께서 계셔주셔서 너무 든든합니다.” “어머니께서 생활비를 아껴가며 학원을 보내주신 덕택에 공부 잘 하고 있습니다.”

  뭐 이런 식이었던 것 같아요.

  십수 년간 이런 표현을 처음 듣는 부모님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겠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30일간 매일 숙제를 적어내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했을 때, 진정으로 부모님의 장점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표현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 “엄마, 오늘 예뻐 보여요!” “아빠 뚱뚱보 배가 엄청 귀여워요.” “엄마가 만든 음식 매일 먹으니까 좋아요.”

  부모님의 반응도 달라지죠. 나를 관심있게 봐준다는 느낌에서 감동을 받습니다.

  마지막까지 서른 번의 칭찬과제를 끝내고 나서 아이들이 말합니다 : “요즘은 집이 좋아요.” “나도 엄마아빠에게 나름 괜찮은 자식이 된 것 같아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뜻하지 않게 어머니와 가족(친척)들을 만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유명세를 타며 이를 시기하고 박해하는 이들이 생겨나자, 가족들은 자신들이 가족이기 때문에 엮일 불이익을 걱정하며 예수님을 잡으러 옵니다. 십지어 다른 복음서에서는 친척들이 예수님을 미쳤다고 얘기했다고도 하니까요.

  이에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태 12,48-50)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통해 제시하신 ‘영적(靈的)인 가족’은 사랑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관심의 토대 위에 형성됩니다. 그 토대의 가장 밑바닥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대하시는 극진한 사랑이고요.

  혈연이나 동맹(同盟)이 아니라 서로의 사랑과 관심에 대한 신뢰심(信賴心)이 유지되는 관계들이 공동체(共同體)와 가족을 이루어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그렇게 가족 같은 사랑으로 엮이는 관계를 원하셨고, 그래서 하느님의 구원의지를 두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라는 그리스도인의 자기인식을 통해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가족을 이어주는 것은 혈연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내가 가족을 사랑하면 그 가족은 물론 그와 가까운 더 많은 이들도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이웃을 가족과 같은 정도로 사랑하기에 걸림돌이 되는 내면의 어려움, 타인에 대한 두려움 등을 물리칠 수 있도록 용기내어 기도하는 것이 또한 우리가 바치는 기도의 지향 가운데 하나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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