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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사람은 생활하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를 음식으로부터 얻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먹고 사느냐 하는 것은 사람에게 매우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서구에서는 빵을, 동양에서는 쌀을, 추운 지방에서는 고기나 감자를 주식으로 먹습니다. 이런 것들은 흔한 음식입니다. 사람들에게 낯이 익은 음식, 가장 흔한 형태로 우리 주위에 있는 음식입니다.

 

  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새로운 양식으로 내어주셨음을 감사드리고, 사람의 생각으로는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그 신비를 특별히 기념하는 날입니다. 예수님은 가장 흔한 형태인 빵의 형상을 통해서 우리에게 당신의 살, 영원한 생명의 양식을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당신의 살과 피를 빵과 포도주의 형상 속에 남기신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양식의 모습, 우리가 쉽게 받아먹을 수 있는 모습으로 그 생명력을 전해주시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특별히 성체성사의 신비 가운데서도 빵이라는 것, 양식이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빵이라는 양식(糧食)은 본질적으로 누군가에게 먹힘으로써 그에게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빵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먹히러 오시는 예수님도 결국은 우리에게 먹히기를 바라셨던 것입니다. 복음은 이 사실을 예수님의 다음 말씀을 통해 전합니다 :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마르 14,24)

그래서 죄인이며 약한 존재인 우리 인간이 하느님의 완전함과 영원한 생명을 먹고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를 지어내신 창조주께서 피조물인 우리 인간, 특별히 사제의 손을 통해서 축성되고 운반되며 사람의 배를 채우는 양식이 되어오신다는 이 놀라운 겸손함은 과연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신비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성체성사는 단 하나의 몸인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받아 먹고 마신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의 생명력으로 살아가게 됨으로써, 우리들 서로간에도 서로를 위해 먹히는 양식이 되어주는 데에 그 참뜻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살리기 위해서 몸소 죽음을 택하시고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안에 우리에게 먹히는 새로운 차원의 양식이 되신 이 신비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고 죽일 줄 알아야 됩니다. 그러나 사랑하기 위해서는 아픔이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람의 잘못을 참고 이해하고 용서하셨던 예수님처럼 살아가겠다고 결심하고 다짐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몫입니다. 우리가 단순히 일용할 양식, 먹고 나면 배설됨으로써 제 기능을 다하고 썩어없어지는 양식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하느님의 말씀에 힘입어서 그 말씀대로 살아가고자 애쓰는 것이 바로 성체성사를 통해 드러난 예수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길입니다.

 

  과연 내가 살아가는 가운데 일생동안 지켜갈 좌우명이나 원칙으로 삼고 항상 마음속에 간직할 만한 주님의 말씀은 무엇일지 또한 그 말씀대로 살기 위해서 내가 실천할 것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하고, 성체성사의 신비를 몸소 삶으로 살아서 세상을 위해 먹히는 빵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주님의 은혜를 청하며 기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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