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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종종 듣게 되는 "복음을 전하여라"는 말씀은 권고나 부탁이 아니라 “명령”입니다. 오늘 복음의 말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음을 전하려 해도 배척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을 미리 알려주시면서도 복음을 전하라고 하십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좋은 것, 옳은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거나 혹은 반드시 그렇게 시켜야만 할 마땅한 이유가 있다면 비록 자녀가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완강히 거부하더라도 자신의 결정대로 시키기도 합니다. 울고 생떼를 쓰며 몸부림치는 아이를 두고 안타까운 마음이 듦에도 예방주사는 맞히듯 말입니다. 예방주사를 안 맞으면 안된다는 확신이 있고, 그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죠.

  주사를 맞으면 아플 것을 알고 무섭거나 힘들어 할 것을 알아도 꼭 해야 하는 것은 해내도록 합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복음전파의 명령을 주시는 예수님의 마음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흔히들 신앙생활하는 데에 제일 두렵고 어려운 것 가운데 하나가 ‘상처받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상처'라는 것에 발목이 잡혀서 믿음을 저버리는 경우조차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안타깝기도 하지만, '상처받아서 힘들면 쉬어도 된다', '믿음을 버려도 된다, 그건 네 탓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마치 그래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우리 가운데에도 은근히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아픈 상처를 받더라도, 모든 아픔과 두려움을 뛰어넘어서 이루어야 하는 목표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입니까? 그래도 똑같이 말할 수 있을까요? 예수님께서 복음을 전하라 하심은 단순히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겪는 시련을 통해 우리가 ‘혼자만의 신앙’, ‘내 내면 속의 신앙’이 아닌 ‘공동체를 이루는 신앙’을 가지도록 하시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복음전파의 사명을 주심은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라고 합니다. 복음서에서는 이를 지상명령(至上命令), 곧 '모든 명령보다 우선하는 것'이며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분의 가르침과 계명이 올바르고 참되며,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어준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바로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 나오는 아모스 예언자는 하느님과의 계약을 맺은 ‘하느님 백성’의 정체성이 희석되어 가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이로 인하여 배척을 당합니다. 그런 적대와 외면 앞에서 아모스는 자신이 왜 경고의 메시지를 계속 전해야 하는지를 이렇게 말합니다 : "주님께서 양 떼를 몰고 가는 나를 붙잡으셨다. 그러고 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가서 내 백성 이스라엘에게 예언하여라.’”(아모 7,15)

  곧 “하느님께서 나에게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해야 한다”는 자세를 피력한 것이죠.

 

  예언자의 이 마음가짐이 우리가 신앙을 지켜가고 또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마음가짐임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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