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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예수님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저 호수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서 배를 타고 열심히 노를 저어서 갈 뿐입니다. 도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함에 두려움과 위협도 느낍니다. 그러던 차에 아니나다를까, 풍랑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비바람은 거세지고, 파도는 높아만 집니다. 배가 곧 뒤집힐 것 같습니다. 죽음의 위협을 느끼고 자연의 힘 앞에서 무기력한 자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제자들은 겁에 질립니다. 정말이지,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처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가는 제자들의 여정은 우리의 삶을 있는 그대로 잘 드러내 보여줍니다. 어딘가로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고자 하지만, 자신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삶의 참된 의미를 추구하는 바른 길로 가고 있는 것인지 확신을 가지지 못해서 불안에 떨기도 합니다. 뜻한 바대로 노력하고자 구슬땀을 흘리며 뱃노를 저어보지만, 저항할 수 없는 비바람과 파도같은 시련 앞에서 자신의 약함을 깨닫고 두려움에 떨기도 합니다. 부부간에나 자녀들과의 관계에서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없는 벽을 체험할 때, 서로 더 가까워지고 싶지만 자신의 뜻과 욕심과 기대를 버리지 못해서 겪게 되는 대인관계의 어려움, 현실의 벽 앞에서 절망하고 좌절하며 실망감에 잠길 때 등 수많은 경우에 우리는 제자들이 파도를 헤치며 목적지로 가고자 애쓰며 체험했던 것과 같은 심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다가오십니다. 제자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예수님마저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믿음이 흔들리는 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베드로는 그 약한 믿음, 흔들리는 믿음으로 인해서 물에 빠져 허우적댑니다. 걱정과 두려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배에 오르시어 제자들과 함께 계실 때에, 제자들은 곧 평온함을 되찾습니다. 저항할 수 없었던 비바람과 높은 파도까지도 복종시키시는 그분의 힘과 능력을 체험하면서 평정심을 되찾고, 믿음을 회복합니다. 또한 자신들의 믿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합니다.

 

  여러분은 제자들이 겪는 것과 같은 어려움에 직면할 때에, 무엇에 가장 의지하십니까? 인간적인 위로입니까? 술이나 혹은 다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괴로움과 두려움을 잊을 수 있도록 도피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을 찾아서 그것에 숨어버리려 하십니까?

 

  하느님을 믿는 사람, 하느님의 전지전능하심을 믿고 그분의 사랑과 은총에 희망을 두는 사람들이라면, 두려울 때나 속상할 때나 실망하고 좌절할 때에, 먼저 주님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럴 때면 언제나 먼저 주님께 기도하십시오. 내 고민에 사로잡혀서 하소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갑갑한 심정을 고스란히 담아 하느님 앞에 펼쳐보이십시오. 제자들을 몸소 찾아오셔서 평정을 되찾게 해주신 주님께서는 우리의 어려움을 보시고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분명히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십니다.

 

  우리 공동체가 제자들을 평온하게 인도해주신 예수님의 권능이 우리와 함께 있음을 잊지 말고, 괴로울 때나 슬플 때나 항상 주님께 먼저 의탁하는 신앙인들의 공동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또한 주님께서 여러분의 마음에 평화를 주시기를 간절하게 기도드려봅니다. 항상 주님께 먼저 기도드리며 주님의 평화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한주간을 보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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