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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여러분은 ‘세금’을 잘 내고 계시죠? 오늘날 ‘재테크’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절세(節稅)’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세금을 왜 낼까요?

고대국가나 봉건국가에서 세금은 통치권자(혹은 권력자)가 자신의 통치권 행사의 권리로, 혹은 자신의 통치와 보호를 받는 이들에게 요구하는 대가로 거두어들이는 것이었습니다. 세금은 당대 사회의 질서와 그 중심에 있는 통치권자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세금은 소위 ‘공적 비용’입니다. 사회의 구성원이 분담하는 것이며, 마땅히 필요한 데에 쓰여야 할 비용입니다. 재화가 개인에게 분배되고 소유된다 하더라도 그 재산 가운데에는 ‘사회의 재산’, ‘공적 자산’이 포함되어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결국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납세(納稅)는 내가 피땀흘려 번 ‘내 것’을 삥뜯기는 것이 아니라, ‘원래 사회의 것’인 것을 돌려준다는 시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물론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겠지만, 세제(稅制)가 공평하게 마련되어 있어야 세금에 대한 이런 사회적 인식이 견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기도 하겠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예전에 명절이나 어떤 기회에 고스톱이라도 칠라면 흔히 벌어지는 일 중의 하나가 있습니다. 놀이를 마치고 셈을 해보면 돈을 잃은 사람과 번 사람의 액수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내 것’에 대한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욕심이나 어떤 다른 이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놀이를 시작하기 전 본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 말고도 어느 순간 내 수중(手中)에 잠시 들어온 것 또한 ‘내 것’으로 셈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금에 관한 함정질문을 받으신 예수님의 대답입니다 :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마르 12,17)

무엇이 카이사르의 것이고, 무엇이 하느님의 것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단 말입니까? 지금 내 수중(手中)에 있어도 세금을 납부하듯 황제의 몫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내 것이 아니니, 황제에게 돌아가게 하는 것이 순리(順利)일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며, 하느님의 몫을 인정할 수 있을 때에 그것은 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하느님의 것이 아니겠습니까?

 

  ‘내 것을 준다’, ‘내 것을 나눈다’, ‘내 것을 바친다’고 생각할 때에는 나눔이나 봉헌과 같은 행위를 실천해도 ‘나의 것’을 처분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내가 원하는 대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것이 아님을 인정할 수 있을 때에’ 그것은 ‘돌려주는’ 행위가 됩니다. 내 것을 떠나보내는 것은 아깝고 때로는 눈물나는 일일 수 있지만, 같은 행위 가운데서도 ‘원래 내 것이 아닌 것’을 떠나보내는 것은 그렇게 아깝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 삶 안에서 하느님의 주도권을 인정하는 대표적인 행위가 봉헌(奉獻)이라고 얘기합니다. 이 봉헌은 ‘가져다 바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 본래의 마음가짐은 ‘원래 하느님의 것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봉헌은 ‘이것은 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하느님의 것이었으니 돌려드립니다’라는 마음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시간의 봉헌, 재능의 봉헌, 재물의 봉헌, 교회에 대한 희사, 자선, 자신을 바치는 희생 등 많은 봉헌행위가 ‘돌려드리는 행위’라는 기본정신을 잊지 않을 때, 그 봉헌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더욱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 ?
    박미란 2020.06.02 08:23
    오늘도 행복하게 하루를 보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아가다 2020.06.02 08:47
    아멘! 감사합니다~
  • ?
    클로 2020.06.02 08:57
    돌려 드려야 한다는 믿음이
    욕심과 교만을 걷어내는 지혜임을...
    아멘! 감사합니다.
  • ?
    Abel 2020.06.02 09:35
    아멘.
  • ?
    4104 2020.06.02 13:0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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