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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었고, 자연의 이치였습니다. 인명은 재천이라, 생명이 탄생하는 것도 세상을 떠나는 것도 사람 손을 벗어난 일이었습니다. 천연두 같은 감염병이 퍼지면 마마신께 비는 일이 고작이었지요. 비가 너무 안 와도 빌고, 많이 와도 빌었습니다. 그러니 하늘의 뜻과 자연의 이치를 살피며 사는 것,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함께 견뎌내자고 이웃의 눈치를 보면서 사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사람의 지식과 재주가 점점 발전하면서 제멋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은 시원한 바람을 쏟아내고, 겨울에나 먹던 음식도 이제는 사시사철 먹습니다. 온갖 치수 방법이 개발되고 화학비료를 쓰면서 천수답도 옥답이 되었습니다. 바야흐로 탄생과 죽음도, 타고난 신체 조건도 인력으로 극복하는 발전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아뿔싸, 재주가 빼어나면 교만의 유혹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걸까요. 사람은 모든 것이 제 잘난 덕인 줄 알고 제 편의대로 매사를 휘두르게 되었습니다. 뭍 생명이 함께 살 곳을 마구 파헤치고, 내일은 없다는 듯이 자원을 낭비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늘도 자연도 보지 못하는 단견이 되었습니다. 두 수 앞을 헤아리지 못하는 짧은 시야는 마구 파헤쳐 진 자연이 코로나라는 이름으로 역습을 가할 줄 몰랐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자연재해가 일어나 생명과 재산을 잃는 사람들이 속출해도 그저 내 일이 아니면, 당장 내게 아쉽지 않으면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성공은 오로지 제 잘난 덕이고, 불행을 겪는 다른 생명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눈 밖에 두는 단견입니다. 하늘도 자연도 이웃도 모두 웃자란 ‘자아’의 그림자에 가려서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도 그렇게 시야가 좁았습니다. 그들은 눈에 보이는 예수님의 배경 그 이상을 알지 못했습니다. 생명이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이라는 것을 잊었고, 사람이 막상 제 힘만으로 살수도 없다는 것도 잊었습니다. 생명의 본질을 알지 못하는데, 영원한 생명은 말해 뭣하겠습니까. 오늘 제1독서의 엘리야 예언자도 죽고 싶다고 푸념을 하지만, 하느님의 뜻대로 구약성경에서 하늘로 올라간 두 사람 중의 하나가 되었지요. 생명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입니다. 나를 비롯해서 모든 생명이 하느님의 선물임을 알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의 길을 걷게 됩니다.

 

 

 

교구 사목연구소장 | 박용욱 미카엘 신부

                      

 

                                                                                      

 

 

 

 

 

 

 

 

 

 

 

 

 

 

 

 


 

 

 

 

 

 

 

 

 

 

 

 

 

 

 

 

 

 

 

 

 

 

 

 

 

  인내심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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