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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그 꺼지지 않는 불에 들어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마르 9,43)

 

   진짜로? 예수님의 이 말씀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9, 순교자 성월과 관련하여 오늘 복음의 이 말씀을 묵상해 봅니다.

 

   산모의 고통과 피가 세상에 뿌려짐으로써,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것처럼, 우리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을 통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어머니의 산고와도 같은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을 통해서 교회가 탄생한 것입니다. 더 나아가 교회 안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수많은 영혼들을 위해서도 누군가의 피가 필요했습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교회는순교자들의 피를 통해서 피어났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과 로마에서는 첫 순교자 스테파노 부제를 시작으로, 베드로와 바오로 등 수많은 순교자들의 피로 교회가 꽃 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비롯한 1만 명이 넘는 순교자들의 피를 통해서 한국교회가 세워질 수 있었습니다. 순교자의 피는 말 그대로 교회의 씨앗이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죄에 대해단호한 태도를 취하라는 예수님 말씀을 묵상하며, 박해시대 때에 순교자도 많았지만 배교자도 많았음을 기억해 봅니다. 초대교회뿐 아니라 한국교회 안에서도 그 배교자들을 보면, 단순히 믿음을 잃어서 배교하는 경우보다는 고문과 죽음이 두려워서 배교하는 경우가 많았고, 또 사람들 사이의인정때문에 마음이 약해져서 배교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눈물로 호소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믿음이 흔들렸다기보다는, 마음이 약해지고 마음이 흔들렸다는 얘기입니다. 죄에 대해서단호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 쉽지 않지만,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순교자들은 신앙을 지키기 위해 머리가 잘리고, 손발이 찢겨야 했지만,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죄와 맞서는 오늘날 우리의 모든 행위가 작은 순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의 우리 삶 안에서도 충분히 순교할 수 있고, 그 순교로 나 자신과 죽어가는 영혼을 살리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아멘.  

 

 

 

대구카톨릭대학교 교수 | 전재현 베네딕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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