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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은 신자 수가 얼마 되지 않아서, 낯선 사람이 미사에 참석하면 금방 티가 납니다. 그날따라 점잖고 말쑥하게 차려 입으신 몇 분이 제 눈에 띄었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마당에서 신자 분들과 인사하던 저에게 다가오셨습니다.

신부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OO성당, OOO, OOOO입니다.” 온화한 얼굴로 본당과 이름, 세례명까지 자상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순간, 직감이라고 할까요? 뭔가 머리를 팍 치고 지나갔습니다. 본당 신자 한 분이 슬그머니 다가오시더니 그분의 소개를 거드십니다. 그리고 제 손에 몇 장의 명함이 쥐어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내년 3월이 대선이구나!’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께 다가와 청합니다. “스승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저희를 하나는 스승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 그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은 굉장히 쌀쌀맞습니다. “내 오른쪽이나 왼쪽에 앉는 것은 내가 허락할 일이 아니라 정해진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다른 열 제자가 이 말을 듣고 두 사람을 불쾌하게 여기기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가까이 불러 이르십니다.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예수님의 옆자리에 정해진 사람은 예수님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오히려 자신을 비우시고 종의 모습을 취하신 분,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느님 뜻에 순종하신 분.’ 우리도 이 길을 따라갈 수 있어야 예수님의 좌우에 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곧 정당마다 대통령 후보 선출이 끝날 것입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공천을 시작하고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에 들어갈 것입니다. 이 후보자들의 마음속에 예수님의 말씀이 깊숙이 자리하길 기도해 봅니다. 내 안에 스며들지 모를 인맥에 연연하려는 유혹을 이겨 냅시다. 진짜 봉사자를 알아볼 수 있는 맑은 눈을 갖게 해달라고 청합시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르 10,45)

 

 

신동본당 주임 | 함영진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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