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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현존을 체험한 이들은 그들 삶의 방식이 완전히 바뀌는 것을 보게 됩니다. 심지어 목숨을 내어놓으면서까지 신앙을 증거하기도 합니다. 성인들의 삶에서 그러한 모습은 볼 수 있고 우리 주위에서도 하느님이 계심을 체험한 후 완전히 변화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을 가끔 보게 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어떠했습니까? 제자들도 결국에는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고 그들의 수난을 기쁘게 여겼지만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음을 두 번이나 눈으로 보고 체험했지만 제자들의 삶은 곧바로 변화되지 않았습니다. 제자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고 열정은 식어 있었습니다. 또 스승을 버리고 도망갔다는 사실 때문에 그들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셔서 제자들이 숨어있던 다락방에 나타나셨지만 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그들에게 가르쳐 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무슨 권한과 권위로 어떤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 그들은 어부였던 베드로와 함께 고기나 잡으러 가게 됩니다. 예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갈 뿐이었습니다. 제자들의 이러한 모습은 주님 보시기에 참 실망스럽고 서글프게 보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서글픈 현실 앞에서도 제자들의 가능성을 잊지 않으시고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십니다. 고기잡이까지 실패해서 풀이 죽어 있는 제자들에게 다가가셔서는 그물 가득 고기를 잡게 해주시고, 그것도 모자라 자상하게 아침까지 손수 차려주십니다. 세 번이나 스승을 배반했다는 기억에 기가 죽은 베드로에게는 다시 세 번이나 당신을 사랑한다는 고백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십니다. 그리고 자신을 배반했던 그 제자들에게 당신의 사명을 맡기십니다. 사도들에게 그들의 할 일, 즉 양들을 보살피는 중대한 임무를 주십니다. 그들의 그 절망의 상태를 보고서도 말입니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오늘 제1독서에서 잘 전해주고 있습니다. 다 포기하고 예전처럼 고기나 잡으며 살겠다던 제자들이 목숨을 내어놓고 주님의 부활을 알리는 증인으로 변화된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하다가 잡혀서 심문 당하고 모욕당하게 된 것을 오히려 기뻐할 정도로 당당해진 것입니다. 이처럼 이래서 뭐가 되겠나하는 실망스러운 순간에도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가장 짧은 말마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우리가 이웃을 사랑하며 살기에 그 현실이 너무나 힘겹고 절망적일 때가 있고, 더 이상 희망을 가지기조차 어려울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그러하셨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우리 자신과 이웃들에게 또 기회를 주고 가능성을 열어봅시다. 그 가운데 주님의 현존을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율곡성당 주임 | 김성은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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