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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삼위일체 대축일 다음 목요일이 되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지냅니다. 물론 한국교회에서는 이 신비를 더 많은 분들이 기념할 수 있도록 주일로 옮겨 지내고 있어, 삼위일체와 성체성사의 두 신비가 신앙생활의 핵심임을 잘 알아듣게 해줍니다. 교회는 성령강림 대축일로 부활시기를 마치고 두번째 연중시기를 시작하면서, 우리에게 일상의 삶에서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두 신비를 기억하게 합니다.

 

 

삼위일체는 성부, 성자, 성령께서 하나의 하느님이라는 고백이고, 성체성사는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성사이니, 풀어보면,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하나 되는 신앙의 핵심을 잘 드러냅니다. 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을 기념하는 오늘은 그것이 예수님의 지극한 사랑에서 출발했음을 크게 기뻐하는 날입니다. 주님께서는 잡히시던 날 밤에 빵과 포도주를 주시며,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라고 하시며 당신 몸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당신의 몸을 우리에게 양식으로 주시어 우리를 살게 하신 겁니다. 이 얼마나 지극한 사랑입니까?

 

 

그러면서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라는 말씀으로, 이렇게 내어 줌으로써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이 성체성사이며 당신의 삶이라는 것을 기억하게 합니다. 단순히 미사를 드리며 나를 기억하라는 말씀을 넘어 너희도 그렇게 살면서 나를 기억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성체를 받아 모시며 사는 우리는 주님을 기억하여 그분처럼 내어 주는 삶을 행하는 것입니다.

 

 

이는 최후의 만찬 이전부터 제자들에게 가르치시려 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라는 말씀을 듣습니다. 먹을 것을 준다는 것은 사람을 살리는 것입니다. 황량한 곳이어서 그 많은 군중을 살게 하려면 얼른 주변 마을이나 촌락으로 가게 해야 한다는 제자들과 달리,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 그들을 살게 하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을 기억하여 행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감사와 축복 그리고 나누어 주는 것입니다. 군중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음식일지라도 감사드리는 것과 축복(benedictio), 곧 좋게(bene) 말하는(dictio) 것으로 시작하여 떼어서 나누어 주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러면 살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주님과 함께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주님을 떠나 있을 때, 곧 성체성사와 멀어져 있는 때는 그 삶을 흉내 내어 보지만 안 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은 평생 면역억제제라는 것을 먹어야 한답니다. 세례로 주님을 받아들인 우리가 살기 위해서라도 또 사람을 살리는 주님의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성체성사 없이는 안 됩니다. 주님, 고맙습니다.

 

 

 

 

 

서재성당 주임 | 이압돈 압돈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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