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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30여 년 전부터 보편적으로 사용된 휴대폰은 우리 삶을 대단히 편리하게 바꾸었고, 매우 유용한 도구였습니다. 통화의 편리함은 기본이고, 사고를 예방하거나 제보하는 것, 사람 목숨을 구하는 일에도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휴대폰이 반대로 우리 삶을 방해하고 부담을 지우기도 합니다. 벨소리 때문에, 게임 때문에,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나 톡 때문에 평화로운 일상이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편리함과 신속함, 순간의 즐거움을 얻는 대신 또 다른 방식의 속박과 통제를 감당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휴대폰을 통해 멀리 떨어진 사람과 대화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시간을 아끼고 편리함을 누리는 대신에, 바로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을 경험한다는 사실 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극단적인 단절을 매일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현상을 신앙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가 누리는 세속의 편리함과 풍요로움이 결코 우리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지는 않으며, 가장 친밀해야 할 관계마저 단절시킨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휴대폰을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했지만, 결국 물질문명의 풍요로움이 영적인 메마름을 부르고, 일상의 편리함이 또 다른 속박과 통제, 그리고 외로움을 낳습니다.

 

 

 

이에 비해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김대건 신부님, 그리고 정하상 바오로를 비롯한 동료 순교 성인들은 우리와 달리 세속의 것. 즉 세상이 주는 편리함과 안락함, 풍요로움의 거짓된 본질을 깨닫고 하느님을 선택한 용기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더 큰 자유와 더 완전한 선을 위해서 세상이 주는 자유와 평화를 거부하였습니다. 그리고 순교로써 참된 자유를 얻었습니다.

 

 

 

물론, 거의 모든 면에서 우리의 신앙 선조들보다 부족함이 많은 우리가 순교 성인들처럼 세속의 것을 완전히 포기하고 오로지 하느님께 마음을 두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삶을 알게 모르게 지배하는 악습과 세속의 편리함을 스스로 적절하게 관리하고 절제하는 정도의 십자가는 기꺼이 짊어질 용기가 필요합니다.

 

 

 

직접적인 박해가 사라진 오늘날, 우리를 신앙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은 세속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나 자신에게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도록 합시다. 그리하여 물질과 기술의 풍요로움과 편리함이 우리를 침묵의 배교자로 만들지 않도록 깨어 기도합시다. 우리가 마주한 일상의 크고 작은 십자가는 우리를 불편하고 힘들게 하 는 고통과 억압의 도구가 아니라, 참된 해방과 자유의 길로 가는 도구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가장 빠르고 안전한 지름길입니다.

 

 

 

 

 

 

 

대구광역시청소년수련원장 | 강진기 안드레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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