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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주인과 종의 모습에 대해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주인과 종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주인은 종에게 어떤 것을 하도록 분부하고 종은 주인의 분부를 받아 실천하는 것이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주인과 종의 모습입니다. 그렇기에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주인과 종의 관계는 그다지 특별해 보이는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예수님께서 당부하신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 17,10)라는 구절은 종의 입장에서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구절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 복음을 통해 ‘분부를 받은 이들의 마음가짐’을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종은 주인에게 속해있기 때문에 주인이 자기에게 맡긴 일을 충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만약 종이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충실히 수행하지도 않고 주인이 원하는 대로 살지 않는다면 주인은 그 종을 단호하게 내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종은 어디를 가든 인정받지 못한 채 잊힐 것입니다.

 

한편으로 종이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충실히 실천하고 그 일을 완수하였다고 해서 마치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 되었다고 착각한다면, 그 역시 분부를 받은 사람의 모습이 아닙니다. 스스로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면, 다른 사람 위에 서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한 종은 주인에게 속하면서 ‘주인이 나에게 많은 일을 맡기는 걸 보니 역시 나의 능력이 뛰어나구나.’하며 자만의 유혹에 빠지게 되고 결국 주인 위에 서려고 할지도 모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앞서 말씀드린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라는 구절은 단순히 예수님께서 우리를 노예처럼 부리겠다는 말씀이 아닙니다. 물론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주인과 종의 모습은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도 하기에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분부를 받은 이들의 마음가짐’을 되새겨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고백하는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라는 고백은 내가 모자란 사람 혹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부족함을 고백하고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시는 대로 살아감으로써 하느님 앞에 쓸모 있는 사람, 하느님께서 당신의 도구로 불러주신 사람으로 살아가겠다는 고백이 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뜻에 합당한 도구가 되도록 이끌어 주시기를, 나아가 하느님의 도구로서 살아가는 은총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25사단 비룡성당 | 오승수 미카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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