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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로 지중해에 있는 어느 나라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렸다고 표현될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는 그 나라는 안타깝게도 현재 여러 이유로 온갖 분쟁과 전쟁 속에 놓여 있는 상태입니다. 어느 날, 그 위험 때문에 평소에는 가까이할 여건이 되지 않았던 해변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가 보았지만, 그 해변은 금세 나를 실망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멀리서는 그렇게 아름답게 보이던 해변이 막상 가까이 가서 보니 쓰레기로 넘쳐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이 아름다운 해변에 쓰레기가 왜 이렇게 많습니까?” 그들이 대답하기를, “전쟁이 나면 모든 것이 무너지고 지저분해질 것인데, 치울 필요도 깨끗이 할 필요도 없습니다.” 물론 전쟁의 참혹함을 표현한 안타까운 모습이지만, 자기 집도 그렇게 할 것인지를 묻고 싶었습니다. 바로 주인의식이 없었던 것이지요.

 

 오늘은 연중 제32주일이며 평신도 주일입니다. 교회의 주인이 평신도임을 인식하는 날입니다. 초대교회 때 평신도들은 열외 의식 없이 한마음으로 교회를 발전시켰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교회의 결정 권한이 지나치게 일부 성직자에게 치우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온갖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이에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는 초대교회의 정신을 되찾고자 했고, 그 일환으로 평신도 주일이 제정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부활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두가이파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교묘한 비유를 들어 예수님을 공격합니다. 자신들의 생각만이 무조건 정답이고, 예수님의 부활 신앙은 아무 의미가 없음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내면에는 자신의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모습만 가득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멋진 말씀으로 그들의 말문을 막아버리지요. 이 부활 신앙은 그리스도교의 핵심입니다. 부활이 없다면 우리의 모든 신앙 표현은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짓이 되어버립니다. 반대로 부활이 있기에 사랑을 기쁘게 실천할 수 있으며, 부활이 있기에 주님을 위해 행복하게 목숨을 바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부활이 있기에 교회의 주인으로서 그리고 일꾼으로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점점 교회가 무신론적 상황 안에서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교우가 교회의 주인의식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분명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나 하나쯤이라는 열외 의식은 부활을 믿고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해야 하는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모습입니다.

 

 

금호성당 주임 | 김상현 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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