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시기 동안 우리는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께 경배 드리는 성 탄 대축일의 의미와 예수님께서 동방박사들을 통하여 공적으로 드러나신 공현 대축일의 의미를 묵상했는데, 그런 성탄시기가 끝나는 날이 바로 오늘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특별히 오늘 우리는 예수님께서 세례 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신 것을 기억하고 기념하게 됩니다.
세례자 요한이 준 세례는 죄를 씻는 회개 예식이었습니다. 죄를 고백하고 죽음을 상징하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예식이 세례자 요한이 준 세례입니다. 그렇다면 아무런 죄도 없으신 예수님께서 왜 세례를 받으신 것일까요?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누구든지 세례를 받아야 한다는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니코데모와의 대화에서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요한 3,5)고 하시면서 세례의 필요성을 말씀하시고, 승천 전에는 제자들에게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라”(마태 28,19)고 명령하십니다. 이런 예수님이 기 때문에 세례를 자진해서 받음으로써 모범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둘째는 예수님의 세례는 당신 삶을 미리 보여주는 예표라는 점입니다. 세례 때 물속에 잠김으로써 죄에 대해 죽음을 맞듯이 예수님께서는 우리 죄를 없애시기 위해 십자가 위에서 죽음을 받아들이십니다. 그리고 물속에서 다시 올라오면서 새 삶을 살듯이 예수 님께서는 죽음에서 부활하셔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습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상 죽음과 부활을 미리 보여주기 위해서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세례를 받고 나오자 하늘이 열리고 성령께서 내려오시며 하늘에서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우리 역시도 세례를 통해 성령을 선물로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은총을 받았습니다. 그런 신앙인으로서 우리 역시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그 삶은 과연 어떤 삶일까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 고, 성실하게 공정을 펴는” 삶이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삶이라고 1독서는 가르쳐 줍니다. 이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성실하게 공정을 펴는 삶을 묵묵히 뚜벅뚜벅 살아가시길, 그래서 하느님 마음에 드는 자녀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용계성당 주임 여운동(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