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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 16일은 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기일이었습니다. 생전에 추기경님께서는 당신 자신을바보라고 하시며, 그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하느님의 일을 하면서 이렇게 잘 살면서도, 그 사랑을 마음 깊이 깨닫지 못하니까, 바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이 얼마나 컸으면, 추기경님께서는 그렇게 자신을 바보 같다고 고백하셨을까요? 어쩌면 하느님께서 더 바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배은망덕한 우리를 내치지 않으시고, 우리의 잘못을 다 잊으시려고, 매일 매 순간 다시 시작하도록, 새로운 기회를 주시니 말입니다.

 

오늘의 복음은 이러한 하느님의 바보 같은 사랑을 우리도 따라 살 것을 요청합니다.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합니다.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 주고, 저주하는 자들을 축복해 주고,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라고 하십니다. 뺨을 때리면 다른 뺨을 내밀고, 겉옷을 가져가면 속옷까지 내어주고, 달라고 하면 누구에나 주고, 되찾으려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인간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사랑은 진짜 바보가 되어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바보 같은 사랑을 하신 분이 계시죠.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인간이 되신 하느님께서 하셨습니다. 세상의 자녀가 아닌 빛의 자녀답게, 우리도 그렇게 살라고 본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한번 희망을 가져 봅니다. 비록 우리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불가능이 없으신 예수님과 함께라면,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오늘도 우리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들을 겪을 것입니다. 그 많은 만남과 일들 안에서 신비롭게 작용하는 하느님 사랑의 손길을 발견할 수 있다면,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신 복음적인 요청을 용기 있게 실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도 예수님 닮은 바보들이 되어봅시다. 그냥 바보가 아니라, 진정한 하느님의 아들딸들로 변모해 가는, 참 행복한 바보들이 되어봅시다. 아멘.

 

 

 

황성성당 주임 이호봉(베드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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