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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만한 작은 눈동자 속에 사과 상자만한 들보가 들어있으면 도저히 앞을 볼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앞 못 보는 사람이란 말은 실제로 앞 못 보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자기 앞을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 즉 자기 스스로 자기를 인도하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스스로 자기를 잘 인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바른길로 인도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우리 모두를 두고 하신 말씀입니다.

 

사람마다 각자가 살아온 경험과 지식에 따라 쌓아놓은 선입견이라는 들보가 있고,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대부분은 이 선입견의 창을 통해 본 것이라서 눈앞의 사물이나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내가 보고, 듣고, 공부해서 알고 있는데, 이것은 제대고, 창문에 그려진 저 그림 기법이 바로 스테인드글라스라는 거야~” 모두 일반적인 사실들을 말하고 있지만,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들 모두 각자 안에 자리 잡은 제각각의 선입견적 지식들로 말하고 받아들입니다.

 

제대는 보기 좋게 깎아놓은 바위이고, 스테인드글라스는 여러 가지 색유리들로 보기 좋게 끼워 맞춘 창문입니다.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은 제대를 보고 조리대나 식탁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다른 적당한 장식장이나 침대로 사용하려고 할지도 모릅니다. 요컨대,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이 각자 자기만의 들보를 가진 눈으로 본 것에 지나지 않고, 소경이 코끼리 다리 만진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좋은 나무, 나쁜 나무를 결론적 비유로 들려주십니다. 좋은 열매를 맺는 좋은 나무가 되라는 말씀입니다. 우리 대부분이 한 치 앞도 제대로 못 보는 소경에 지나지 않지만, “이렇게 큰 기둥들이 왜 여기저기 서 있어서 길 가는 사람을 방해할까요!”라고 말하기보다, “이렇게 큰 기둥들이 정말 촉감이 부드럽고 좋군요, 편안하게 기댈 수 있어서 참 좋아요!”라고 말하고 나면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자기 얼굴이나 뒷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거울이 필요합니다. 뒷모습을 확인하려면 두 개의 거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입맛에 맞게 비추어주는 자기만의 거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지혜라는 거울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 지혜를 배우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새방골성당 주임 김상조(대건안드레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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