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백성의 구원을 위해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탈출 3,12)라는 뜻을 적극적으로 모세에게 밝히십니다. 모세가 만난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이분 앞에서는 “신을 벗어야만” 하는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이십니다. 이런 하느님이 먼저 사람에게 다가오십니다. 그것은 죄와 고통, 죽음의 사슬에서 억압받는 사람에게 힘이 되어 주시려는 하느님의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죄인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천국은 그리스도와 영원히 같이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지옥은 인간이 갈망하는 생명과 행복을 주시는 유일한 분이신 하느님과의 영원한 단절에 있습니다. 그리스도와의 영원한 단절이 바로 지옥이며 그리스도와 이루는 친교를 스스로 결정적으로 거부한 상태가 지옥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은 하나뿐입니다. 죄를 끊어버리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회개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오늘 말씀을 들어보면 하느님의 구원에 대한 우리의 응답인 회개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회개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회개는 변화된 삶의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루카 13,8) 오늘 복음에 나타난 포도밭의 무화과나무의 수명은 시한부입니다. 열매를 맺어야 다음 해를 기약할 수 있습니다.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제 결실을 내는 일은 우리에게 달렸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대해 회개로 응답할 것인가, 아니면 거부할 것인가는 오직 지금을 사는 우리 각자의 몫입니다.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 버리십시오.”(루카 13,9)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 깊이 새겨 보는 사순 시기가 되길 희망해 봅니다.
동촌성당 주임 곽종식(대건안드레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