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부활 제2주일이자 ‘하느님의 자비 주일’입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우리의 부족함과 의심까지도 감싸안으십니다. 부활을 믿지 못하는 이를 가르쳐 주시고, 기다려 주십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상처를 보여주셨듯이, 우리도 상처 난 그곳을 주님께 보여드릴 때 ‘하느님의 자비’를 입게 될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두려움에 갇혀있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십니다. 제자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습니다. 스승을 잃은 슬픔,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자신의 비겁함에 대한 후회가 그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주님께서 먼저 다가가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평화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두 손과 옆구리를 보여주십니다. 제자들은 그제야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깨닫고 기쁨에 넘칩니다. 주님의 상처는 제자들의 나약함과 배신, 고통을 그대로 끌어안고 아문 흔적이었습니다. 상흔은 남아 있었으나, 그 아픔은 기쁨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자비는 우리 영혼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특효약입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없었던 토마스는 제자들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주님께서는 그런 그에게도 다가가셔서 당신의 상처를 보여주십니다. 그러자 토마스는 고백하게 됩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요한 20,28)
우리의 연약함과 의심마저도 주님께서는 자비로 변화시켜 주십니다. 우리는 때때로 상처를 감추고, 연약함을 숨기려 합니다. 하지만 감추고 싶은 그곳을 보여드릴 때, 그분께서는 우리의 상처를 아물게 하시고 새 생명을 주시는 자비로우신 아버지이십니다.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부활의 기쁨이 충만하시길 빕니다. 아멘.
선남성당 주임 여영환(오또)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