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독서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하신 최후의 만찬에서 빵을 들고 감사 기도를 드리신 후,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1코린 11,24)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단순히 빵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신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성체를 받아 모시는 우리 또한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며, 그분과 하나 되는 삶으로 나아가야 함을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성체성사는 일치의 성사입니다. 우리가 성체를 모신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 오시고, 우리 삶 안에 머무시며, 우리 존재를 통해 살아가신다는 뜻입니다. 성체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과 신비로운 일치를 이루게 됩니다. 예수님은 단지 우리 곁에 계신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살아계십니다.
그런데 살아계신 예수님을 모시고 그분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어떤가요? 이 성체를 받아 모신 이후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가 생겼습니까? 단순히 성체를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 머무르며, 그분의 뜻에 따라 살아가려는 결단이 뒤따라야 합니다. 하느님과의 일치는 단지 성당 안에서의 영적 체험이 아니라, 우리 삶 전체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삶의 방식입니다.
하느님과 일치된 사람은 말과 행동이 하느님과 일치되지 않은 사람과 다릅니다. 그 마음은 감사와 자비로 채워지고, 이웃을 바라보는 눈에는 연민이 담겨 있으며, 자기 삶을 작은 성체처럼 이웃에게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성체를 통해 우리가 하느님과 하나가 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어떤 외로움도, 어떤 고통도, 하느님 안에 있는 우리는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치는 우리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도 이어지게 합니다. 그래서 성체는 단지 하느님과의 일치일 뿐 아니라, 교회 공동체 안에서 형제자매와의 일치를 가능하게 하는 원천이 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매번 성체를 모실 때마다 이 거룩한 일치를 새롭게 마음에 새기시길 바랍니다. 영성체는 그저 반복되는 전례의 한 부분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를 하느님과 하나 되게 하고, 우리를 그리스도의 삶으로 이끄는 거룩한 초대입니다. 오늘 이 미사 안에서 성체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며, 하느님과 더욱 깊이 일치되는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서재성당 주임 서준영(세례자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