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비종교인은 전체 인구의 63%나 된다고 합니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37%이지만 이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지난 6-7년 동안 개신교와 불교신자는 약 30%가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주목할 점은 20대 30대 젊은층의 이탈이 더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러한 상황을 많은 이들이 ‘탈종교화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의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진단을 합니다.
1.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경제적인 여건과 생활수준의 향상입니다. 물질이 정신보다 훨씬 중요한 시대입니다.
2. 과학적 지식의 발전과 확산은 이제 세상을 다르게 설명합니다. 영혼, 죽음 이후의 삶, 하느님과 같이 과학적으로 확인하고 증명할 수 없는 주제는 이제 관심 밖입니다.
3. 사람들은 종교에 실망했습니다. 그 이유는 일일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람들은 종교를 외면하고 그들을 향한 우리의 외침은 공허하기만 합니다. 본당 신자들은 호소합니다. 선교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혹자들은 종교는 개인의 선택이지 강요나 설득의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오늘 복음서에서 제자들은 파견을 받습니다. “그곳 병자들을 고쳐 주며, ‘하느님의 나라가 여러분에게 가까이 왔습니다.’ 하고 말하여라.”(루카 10,9) 제자들은 놀라운 체험을 합니다. 그들의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주님, 주님의 이름 때문에 마귀들까지 저희에게 복종합니다.”(루카 10,17) 파견 받은 제자들도 처음에는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우리의 말을 듣기는 할까?” 하는 두려움과 의심이 있었을 것이라고 저는 상상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처한 상황과 비슷합니다. 많은 신자들이 선교에 대한 의구심과 두려움, 그리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믿고 있는 신앙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도구일 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놀라운 일들을 하는 것은 성령께서 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모자라고 부족하며 확신도 부족합니다. 저는 요즘도 신자들로부터 선교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그들도 그 옛날 제자들이 경험했던 선교여행의 체험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들도 제자들처럼 기뻐하고 놀라워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날 우리의 신앙을 세상에 이야기한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이 그러했듯 복음을 전하는 것은 우리의 능력이나 말재주가 아닙니다. 그 일은 성령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우리는 두려움과 의구심을 떨쳐버리고 길을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우리가 믿는 복음을 외쳐야 합니다. 이후 모든 일은 그분께서 하시는 것입니다.
전례협력사제 정수철(야고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