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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너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너보다 귀한 이가 초대를 받았을 경우, 너와 그 사람을 초대한 이가 너에게 와서, ‘이분에게 자리를 내드리게.’ 할지도 모른다....  초대를 받거든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

(루카 14,8-10)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겸손의 덕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루카 14,11)

 

겸손한 모습, 자신을 낮추는 모습은 오늘날 세상에서 얼마나 어리석게 보이는 일입니까? 오늘날 세상은 경쟁과 능률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자기 능력을 개발하고 또 스스로 홍보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다른 이들보다 얼마나 더 능률적이고 생산적이며, 얼마나 더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느냐, 외형적으로 다른 이들보다 자신을 더 높여가야 생존 경쟁에서 승자가 되는 사회 속에 우리는 살아갑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의 말씀은 이러한 현시대의 요구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 너무나 반대되는 말씀 같습니다. 그런 겸손의 길, 자신을 낮추는 길이 바로 우리들의 스승님께서 택하신 길이었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말하는 것처럼, “새 계약의 중개자이신 그리스도께서 선택하신 길입니다.

 

오늘 제1독서 집회서에서는 이렇게 겸손을 말합니다.

네가 높아질수록 자신을 더욱 낮추어라. 그러면 주님 앞에서 총애를 받으리라. 정녕 주님의 권능은 크시고, 겸손한 이들을 통하여 영광을 받으신다.”(집회 3,18.20)

 

바로 그 겸손의 모범이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당신께서 말씀하셨던 끝자리에 앉는 자, 겸손의 표양이십니다.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당신 자신을 선물로 내어주신 분이십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지만, 자주 간과하며 살아가는 삶의 근본 문제, 즉 인간의 눈에 보이는 현실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내 눈에 비치는 것들이, 다른 이들에게 비치는 내가 절대적이지 않고 다른 이들의 눈에 보이고 싶은 내가 영속적이지 않다는 사실, 현실이, 권력과 금력과 명예가, 또 그것들로 치장된 자신이 우리에게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그렇게 되

어서도 안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우리에게 절대적인 것은 하느님 앞에서의 나 자신이고 하느님과의 관계입니다. 인간을 당신께로 들어 올리시는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그분의 사랑 속에서 유한한 인간의 무한을 향한 희망이 성취될 것입니다.

 

 

 

삼덕성당 주임 정래곤(안드레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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