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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대구의 비산동은 예전에는날뫼라 불렸습니다. 이곳에 자리한 비산성당은 1928 6월에 설립되어, 이제 2년 뒤면 백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성당은 오랫동안 많은 교우와 사제, 수도자들의 신앙이 자란 못자리였고, 또 많은 이들은 이곳에서 삶의 한 자락을 두고 살아왔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 날뫼성당과 인연이 있는 분들이 있다면, 잠시라도 화살기도로 이곳을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처럼 의미 깊은 전통을 지닌 성당이지만, 본당 사무실 앞이나 주보대 옆에 놓인 까만봉다리를 볼 때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 안에는 십자고상과 성모상, 묵주 등이 들어 있습니다. 대부분 부모 세대가 평생을 기도하던 신앙의 흔적들입니다. 그러나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믿지 않는 자녀들은 자신의 신앙과 연결되지 않은 그 물건을 버릴 수는 없어 성당에 맡깁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기도의 시간과 눈물, 간절함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합니다.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사순 제1주일을 맞이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나가시어 악마의 유혹을 받으십니다. 돌을 빵으로 만들라는 유혹 앞에서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 4,4)라고 답하십니다.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라는 유혹에는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마태 4,7)고 말씀하십니다. 마지막으로 세상의 부귀영화를 제시하며 경배를 요구하자, 예수님께서는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마태 4,10)라고 단호히 응답하십니다. 주님께서는 말씀으로 유혹을 이기시며, 우리가 무엇을 붙들고 살아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주십니다.

 

신앙은 말씀을 붙들고 살 때에 풍요로워집니다. 그러길 바랍니다. 또한 성물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하느님을 만나길 바랍니다. 그러한 신앙의 여정이 사순절이 되길 기도합니다.

 

 

 

 

비산성당 주임 | 한창현(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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