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두 제자는 기대했던 “나자렛 사람 예수님”(루카24,19)이 무참히 십자가에 못 박히시자 희망을 잃고 예루살렘을 떠납니다. 주간 첫날 바로 그날, 부활하신 주님께서 친히 가까이 오시어 그들과 동행하시지만, 제자들은 눈이 가리어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들은 침통한 표정을 한 채 멈추어 서서,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 믿었던 스승의 죽음만을 슬퍼할 뿐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답답해하는 그들에게,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루카 24,25) 하시며 꾸짖으십니다. 이어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제자들에게 설명해 주십니다. 마침내 저녁때가 되어 주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을”(루카 24,30) 때, 비로소 제자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봅니다. 주님께서 사라지신 뒤 그들은 서로 말합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32)
오늘 복음을 로드 무비(road movie)로 본다면, 그 주인공은 바로 클레오파스와 다른 한 제자입니다. 제자들은 오늘을 사는 우리 자신을 대표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늘 우리 곁에 계시지만, 세속적인 걱정과 고통에 눈이 가려 주님을 놓치곤 합니다.
주님께서는 오늘도 성체성사를 통해 당신의 몸을 “생명의 빵”(요한 6,35)으로 내어 주십니다. 우리가 매일 성경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성찬례에 참례할 때, 우리를 짓누르던 침통함은 사라지고 마음은 뜨겁게 타오를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우리 안에 모시고, 일상의 길 위에서 주님과 함께 기쁘게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시어 시몬에게 나타나셨다.”(루카 24,34)
전례협력사제 | 서동완(비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