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불황이 이어지던 영화계에 반가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왕과 사는 남자’라는 영화가 대박이 나면서 어마어마한 관람객을 불러왔습니다. 이 영화는 엄흥도와 단종, 그리고 한명회가 아주 비중 있게 나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엄흥도의 아들이 큰 고초를 겪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엄흥도는 자신의 아들을 살리기 위해 한명회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잊고 있었습니다. 누구를 따라야 하는지. 누구의 명을 따라야 하는지” 물론 이 말을 했지만 엄흥도는 서슬 퍼런 권력이 아니라 의로움을 따라 단종의 시체를 거두고 장사까지 지냈습니다. 그 선택으로 훗날 의로움을 인정받아 충의공이라는 시호를 받습니다. 엄흥도는 자신의 말처럼 진정 누구를 따라야 하고 누구의 명을 따라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았던 것입니다. 엄흥도는 흔히 말하는 하늘 무서운 줄 알았던 사람입니다. 그런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뿐 아니라, 온 집안이 멸족할지도 모르는 위험 앞에서도 의로움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는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오히려 영혼도 육신도 지옥에서 멸망시키실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여라.”(마태 10,28) 하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독서의 말씀들을 들으면서 누구를 두려워하고 따라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았던 분들을 만납니다. 예레미야는 동족의 고발과 박해로 괴로워하면서도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했고 바오로 사도 또한 아무에게도 매여있지 않은 자유인이었지만 복음을 위해서 종처럼 살았고 마침내 하느님을 위해 순교했습니다.
우리는 과연 누구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지, 누구를 진정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그 신념이 어떤 순간에도 ‘하느님을 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대구광역시 청소년 수련원 원장 | 박상준(가브리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