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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은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을 하루 앞당겨 경축합니다. 참고로 교회의 전례력에는 총 17등급의 축일과 기념일이 있습니다. 그 중에도 매년 날짜가 바뀌는 축일이 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어떤 축일들이 같은 날에 겹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에는 등급이 높은 축일을 기념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아랫등급의 축일이 중요하고 그냥 생략할 수 없을 때에는 가까운 다른 날로 이동하여 기념하게 됩니다. 오늘이 그러한 경우가 되겠네요. 그만큼 성 요한 세례자의 탄생이라는 사건이 인류의 구원역사 안에서 가지는 중요성을 알려준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요한은 구약시대의 마지막 예언자였습니다. 그는 철저히 메시아의 오심을 준비하는 역할에 충실했고, 그 표시로 사람들에게 회개의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그의 모습을 보고, 어떤 사람은 ‘미쳤다’고 손가락질했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요한을 예언자로 믿는 사람은 그에게 무릎을 꿇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요한이라는 이름은 ‘주님은 자애로우시다’라는 뜻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늙도록 아이를 낳지 못하던 여인 엘리사벳에게 성령께서 생명력을 불어넣어주시어 얻은 아들입니다. 생명의 잉태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은 일이라고 여겼던 당시에, 아들을 낳지 못하여 일생동안 심적 고통을 받으며 지냈을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에게 요한의 탄생은 ‘주님께서 (엘리사벳에게) 큰 자비를 베푸심’(루카 1,58)이었으며 ‘하느님의 은총’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 나오는 이웃과 친척들은 엘리사벳의 아들이 태어난 것을 보고서 하느님께서 자비를 베푸셨기에 기뻐했다고 하면서도, ‘아기 어머니가 “안 됩니다.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하고 말했을 때에 “당신의 친척 가운데에는 그런 이름을 가진 이가 없습니다.”(루카 1,60-61) 라면서 아기의 이름을 통해 방금 보고 확인한 하느님의 자애로움을 드러내기를 거부합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진 요한의 잉태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욱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았을 지도 모릅니다. 이를 테면, ‘늙은 나이에 남사스럽다’던가 하는 투로 말이죠. 그렇다면 그들은 주님의 자애로우심을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주님의 자비, 하느님의 은총을 알아볼 수 있는 복은 하느님의 뜻과 손길을 놓치지 않고자 한 번 더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몫입니다. 섣부른 판단, 특히 부정적인 시각으로는 결코 하느님의 은총을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많은 신앙인들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고백하고, ‘하느님께서 죄인인 나를 굽어보시고 살펴주심’ 덕택에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우리도 이렇게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알아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않겠습니까? 이에 필요한 믿음과 신중함을 기도중에 청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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