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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천사(天使)’라는 말은 ‘하늘이 보내는 자’, ‘하늘이 시키는 것을 하는 자’라는 정도로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 사람과는 달리 육신이 없고 순수하게 영혼만으로 존재하는 천사들은 하느님께서 맡겨주시는 임무를 수행하는 영적 존재입니다.

  구약성경에서 예언자들은 꿈이나 환상을 통해서 하느님을 체험하기도 했는데, 그 가운데 특별히 하느님의 영광을 체험하는 장면에는 어김없이 천사가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창세기를 보면, 야곱이 자기 형에게 빌어줄 아버지의 축복을 가로챈 다음에 죽을까봐 겁이 나서 외삼촌의 집으로 가는 도중에 길에서 잠을 자게 됩니다. 돌을 베개삼아 자다가 꿈을 꾸는데,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고 천사들이 그 위를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됩니다. 꿈에서 깨어난 야곱은 “내가 여기서 하느님을 뵈었구나!”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거기에 제단을 쌓고 하느님께 제사를 드렸는데, 이곳이 ‘베텔’(하느님의 집)이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볼 사실은 야곱은 분명히 천사들을 보았지, 하느님을 직접 뵈온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하느님을 뵈었다고 말합니다. 이스라엘 민족들은 천사들이 언제나 하느님과 함께 있다고 믿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 말씀에도 그렇게 나옵니다만, 천사들은 ‘하늘과 땅 사이를 오르내리는 존재’입니다. 영적인 존재, 상징적인 존재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와 이 세상의 나라 사이를 오르내리며 자신의 일을 합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것이며, 동시에 사람과 세상의 일을 하느님께 전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사람 사이를 연결시켜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몸소 사람이 되어 이 땅에 오심으로써 하느님과 사람 사이는 극도로 가까워졌습니다. 게다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천사들이 수행하던 그 고귀하고 신성한 임무를 이제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 곧 교회에 맡기셨습니다. 하느님과 세상 사이를 이어주는 ‘사자(使者)’의 역할은 이제 그리스도의 제자들인 우리들에게 맡겨졌습니다.

  흔히들 '마니또 게임'이라 부르는 수호천사 놀이를 할 때에 다른 사람이 나의 수호천사가 되어 준다고 말합니다만, 사실 우리의 삶 전체가 그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꿈에서가 아니라 눈앞에서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드러내보여주는 천사를 만나게 될 때, 한 영혼이 하느님께로 가까이 들어올려지게 될 것이니 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복음을 전할 일꾼으로’ 파견하셨습니다. 우리도 하늘이 시키는 것을 수행할 또하나의 천사가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주는 또하나의 중재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여러분은 무엇을 하는 천사가 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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