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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어느 아이가 어머니를 따라서 백화점에 갔습니다. 문구점 옆을 지나가는데, 눈길을 끄는 장난감을 발견합니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더 이상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드디어 그 장난감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어머니에게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합니다.

  어머니가 단번에 허락하지 않을 것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떼를 쓰기 시작합니다. 어머니의 반응을 살펴보니, 떼를 쓰고 울어봤자 별로 소용없다는 것을 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작전을 바꿉니다. 애교작전입니다. 엄마한테 폭 안겨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온갖 약속도 합니다. 심부름도 잘하고, 숙제도 혼자서 열심히 하고, 방청소도 잘하겠다고 말입니다.

  이제 어머니에게서 망설이는 눈빛이 역력하게 보입니다. 이제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풀이 죽은 듯한 모습으로 어머니 뒤를 졸졸 따라다닙니다. 한참이 지나서, 살 것이 더 이상 없어진 때쯤에 드디어 어머니가 다짐을 받습니다. 약속한 대로 잘 지킬 수 있냐고 말입니다. “예”라고 큰소리로 대답을 하고나서야 어머니는 아이에게 장난감을 사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각에 어머니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장난감은 턱없이 비싸고, 주머니 사정을 보아서는 도저히 살 엄두가 나지 않는 물건입니다. 그런데 아이는 저렇게 장난감을 갖고 싶어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매몰차게 거절했지만, 아이의 믿지 못할 약속까지 듣고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두눈 딱 감고 장난감을 사주었습니다. 영수증을 보면 한숨이 나오지만,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그래도 흐뭇하기만 합니다.

  한번쯤 비슷한 경험을 했다거나, 혹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어머니가 턱없는 아이의 요구에 마음이 흔들리고, 그 청을 외면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자녀에게 좋은 것을 안겨주고 싶은 마음, 자녀의 청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녀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아버지께 구하라고 말입니다. 그러면 받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분명히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청하는 것 이상으로 더 좋은 것을 후하게 담아서 받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하시는 아버지이시기 때문입니다. 기도하고 하느님께 바란다는 것이 희망없는 일이라고 여기십니까?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도 부모가 청을 들어줄 것이란 확신이 없다면, 계속 졸라대지 못할 것입니다. 부모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 청을 어렵사리 들어줄 일이 없을 것입니다.

  기도하며 청을 드릴 때마다, 예수님의 이 선언을 기억하며 마음속의 확신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루카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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