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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복음을 전하는 이들에게 일종의 훈시와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양들과 같이 온순하고 좋은 맘을 지닌 채 떠나는 제자들을 두고 이리 떼 가운데 보내는 것 같다는 말씀은 복음을 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며, 그 길이 순탄하지 못할 것임을 알려줍니다. 이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고 독려하시는 투의 말씀으로 들립니다.

  이어서 ‘누구와 인사하느라고 가던 길을 멈추지도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유대인들은 길을 가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가던 길을 멈추고 인사를 나누는 것이 하나의 격식이었습니다. 이런 격식을 차리느라고 내가 누구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하러 지금 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미루어버리지 않도록 하라고 예수님께서는 따끔하게 경고하십니다.

 

  예를 들어서 복지시설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여러 날 동안 봉사활동을 가는 사람이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고, 여벌의 옷조차 가져오지 않았다면 보는 사람마다 ‘자세부터 틀렸다’고 말할 것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러 왔는지, 어떤 자세로 그 일을 할 것인지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표시를 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복음을 전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복음을 전한다고, 전도한다고 나설 때에는 많은 걱정과 의심을 품을 수 있습니다. ‘꼭 이런 것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에 등떠밀려서 전도하러 가는 것 같은 생각도 들고, ‘다른 사람들이 인사도 잘 안받아주면 무안해서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날 것입니다. 괜히 멋적다고 생각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복음을 전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런 격식이 아니라 마음가짐입니다. 내가 믿고 따르고자 하는 예수님의 복음이 살아가는 데에 힘이 되고, 때로는 나를 바로잡는 기준이 된다고 믿을 때, 그래서 이 좋은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을 때에야 비로소 복음을 전하는 것에 방해되는 다른 겉치레나 체면 때문에 전도하는 것이 어렵다고 주눅들고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경우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복음을 전하는 때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의 한 예로 평화의 인사를 말씀하십니다. 내가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때에는 상대방에게 정말로 평화를 빌어주는 마음으로 그들을 대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억지로 지어보이는 미소가 아니라, 그들에게 주님의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도하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어느덧 우리 마음속에도 주님으로 인해 얻는 마음의 평화가 깃들게 될 것이며,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거부하는 손짓 앞에서도 우리는 주님을 힘입어 평정심과 평온함을 잃지 않으며 기쁘게 전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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