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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에 나오는 율법학자는 예수님께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하고 묻습니다.  예수님 당시의 율법은 지킬 계명 248조항, 금령 곧 하지 말아야 할 것에 관한 계명이 365조항이었다고 합니다. 지키고 싶어도 계명의 내용을 몰라서 못 지키는 사람도 많고, 자신의 처지와 능력 탓에 계명을 어기게 되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들 또한 죄인이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에게 주실 구원을 희망하지만, 율법을 잘 지킨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도 신앙생활 하다보면 신앙이, 계명을 지킨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거추장스럽다 느껴질 때가 가끔 있습니다.

또 율법규정을 동시에 다 지키려면 상황판단이 어려운 때도 생깁니다. ‘이럴 때는 어떤 계명이 더 우선하는 것일까?’ 하는 고민 말입니다. 그래서 율법학자는 예수님께 물었던 듯 합니다.

 

  이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은 “온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입니다. 온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요? 왜 그렇게 해야 할까요?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일은 아닌데도 어찌하여 그렇게 해야 할까요? 진정으로 사랑하고자 모든 것을 다하지 않으면 후회가 남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어머니께서 동생을 크게 꾸짖고, 회초리를 치셨는데, 동생이 자기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많이 분했던 모양입니다.

다시는 집에서는 밥도 먹지 않고, 어머니와는 말을 섞지 않을 거라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어머니는 밖에서 노발대발하시며 이놈, 저놈 하셨습니다.

  다음날 아침, 학교를 가야 하는데, 어머니는 평소보다 좀더 일찍 일어나신 듯 했습니다.

동생이 좋아하는 반찬이 많이 등장한 아침식탁, 그러나 동생은 어머니와 눈길 한번 마주치지 않고 밥도 먹지 않고서는 집을 나섭니다.

  그러자 그 등뒤에다 대고 어머니가 호통을 치십니다 : “집에 들어오기만 해봐라, 이놈을 그냥!”

 

  사실 동생은 이미 말했습니다, 밥을 안 먹겠다고요. 어린 자식이 제딴에는 분이 풀리지 않아서겠지만, 그리고 버르장머리 없지만, 아침밥을 꼭 먹이겠다고 한 것은 어머니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자식의 끼니를 챙기는 일이 중요해서, 자식 밥먹이면서 먼저 화해를 청하고자 했기에, 어머니만 더 상처를 받습니다. 비록 자식의 등뒤에다 호통을 치지만,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내는 것 또한 어머니의 사랑이 아니면 설명이 안됩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더 마음이 아프고, 자식하고 똑같이 토라져 있었다면 후회가 더 많이 남을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위의 예시처럼, 어머니로서 자식에게 할 도리와 책임을 다하는 것, 그것이 어떤 때라도 끝까지 애쓰는 것, 이것이 사랑하는 이에게는 더 기쁜 일, 혹은 덜 후회되는 일임을 어머니는 알고 계십니다.

 

  다시 복음의 말씀으로 돌아와서 생각해봅시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율법학자는 이에 동의합니다. 그는 율법을 온전히 지켜내고자 노력해왔고, 어쩌면 율법을 다 지켜내기 위해 여러 가지 부담을 감수해왔으며, 율법을 잘 지키며 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 왔기에 이 원칙을 이해할 수 있었던 듯 합니다.

 

  사실 신앙생활 잘 하기가 참 쉽지 않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다시 코로나의 영향에 대한 우려로 인하여, 주변을 애써 살펴야만 하는 지금 우리의 상황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어쩌면 우리가 가톨릭신자로 사는 길을 선택했다는 것은 참 고달픈 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의 여러 가지 부담과 사서 하는 고민과 고생도, 감내하지 않는다면 더 많이 후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신자로서의 도리와 계명을 더 잘 지켜내려고 애쓰는 것, 그러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신자답게 살고자 노력하고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고자’ 하는 것, 이것이 지금보다 우리를 더욱 행복하게 하시려고 하느님께서 섭리하신 것임을 굳게 믿고 힘을 내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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