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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여러분에게 가장 가까운 이웃은 누구입니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스스로 생각하시기에 아니라고 답하실 분도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반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가족’ 아니겠습니까? 만약 사랑에도 우선순위가 있다고 한다면, 첫손꼽히는 자리에 가족이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와 화목하지 못해서 마음이 불편한 정도를 생각해보아도, 지금 가족간의 관계가 좋지 못하다면 ‘핏줄이 당기는’ 때문인지 마음이 더욱 편치 못할 것입니다. 웬수같이 여겨지는 남편과 다투고 나서 마음한구석에 허전함을 느끼는 것이, 늘 친구처럼 지내는 옆집아줌마하고 싸운 뒤에 느끼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를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런 가족관을 깨트리는 듯한 말씀을 하십니다. 당신을 찾아온 어머니와 형제들을 두고 “누가 내 어머니이고 내 형제들이냐?”(마르 3,33)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가족들을 무시한다거나 외면하는 뜻이 아닙니다. 핏줄이라는 이유가 아니라, 그 ‘핏줄’이라는 이름 안에 간직된 사랑이 참된 가족을 찾게 해준다는 사실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부부간의 사랑 때문에 가정이 이루어지고, 그 사랑의 결실로 자녁들이 태어나지 않습니까? 그렇게 사랑을 쏟고, 또한 사랑받음에 기뻐하지 않았다면 가족이 옆집아줌마나 길거리를 오가며 만나는 다른 사람보다 더 중요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가 그 사랑으로 이어진 영적인 공동체, 영적인 가족을 이루기를 바라셨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어머니이며 형제로 받아들이신 이들을 복음은 ‘당신 주위에 앉은 이들’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당신의 말씀을 듣고, 하느님나라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당신 주위의 모든 사람을 가족과 동일시하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보여줍니다.

  예수님 주위에 앉은 모든 이들부터 내 형제, 자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사랑으로 세상 모든 사람을 가족과 같이 여기고 깊이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할 때, 우리는 진정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신 한 형제자매, 한 가족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만이 아니라 하느님나라를 받아들이고 추구하는 모든 민족을 하느님의 백성으로 받아들이시듯이, 나와 함께 있는 모든 사람을 내 가족과 똑같이 여기고 똑같이 사랑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무한히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님을 중심으로 모인 우리 모두는 이미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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