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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날 우리는 '서비스'(service)라는 말에 익숙합니다. 상대방에게 일종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통칭하는 개념인데요. 원래 이 말은 '섬기다'라는 뜻의 라틴어 'servire'라는 말에서 나왔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의 서비스는 상업화된 개념입니다. 상대에게 제공하는 편의성이 하나의 재화처럼 여겨집니다. 그래서일까요 근래에 한국에서 유행하는 '파인 다이닝'(Fine Dining)이라든지 적잖은 서비스업에서는 '우리가 이만큼 차별화된 고급 서비스를 제공할테니 이용할 수 있으면 하세요'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VIP 마케팅 같은 경우에는 편의제공을 받는 것조차 서비스 제공자가 결정합니다. 그래서 심한 경우에는 선별적으로 사람을 재단하고 차별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우리가 서비스에 관하여 또 한 가지 익숙한 것은 '네트스포츠'(Net Sports)입니다. 본래 상대편과의 신체접촉이 없도록 네트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경기는 신사적인 스포츠라고 합니다. 이 모든 네트스포츠의 경기시작은 '서브' 혹은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지나친 경쟁이나 상업화의 영향으로, 서비스는 경기의 흐름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공격적 수단으로 변합니다. 상대편이 자신의 플레이를 맘껏 펼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수단이 되었지요. 

  그렇다면 이런 서비스에서 그 어원에서 보듯 '섬김과 배려'란 뜻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오늘은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심을 기념하는 주님 만찬 성목요일입니다. 성체성사를 제정하시는 파스카 식사 중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는 모범을 보여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곧 우리들이 서로의 발을 씻어주는 섬김을 본받도록 하고자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셨습니다.

  우리가 흔히 '봉사'라고 말하는 행위를 '대가 없이 어떤 일을 한다'는 정도로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봉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다 얻는 대가도 없다고 한다면, 그런 고충으로 인해 쉽게 포기하거나 봉사의 요청에 응답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웃과 공동체를 섬기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는 참된 봉사가 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의 봉사는 그리스도의 섬김을 본받기 위한 행위이며,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인간을 섬기셨기에 우리가 구원받았음을 믿는다는 증거의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예수님의 모습처럼, 우리의 이웃들이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예수님의 마음으로, 우리도 이 섬김의 자세를 실천하도록 또 한 번 다짐해야겠습니다. 

  이것이 성체로 우리에게 양식이 되어 오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제대로 알아듣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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