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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시쳇말로 “법(法)은 최소한의 도덕(道德)이다”라고 합니다. 법규정만 다 지켰다고 하여 해야 할 도리를 다 했다거나 잘 살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폐지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오셨다고 말씀하시면서 몇 가지 계명에 대하여 새로운 말씀을 하시는데, 예를 들어   “살인해서는 안 된다”라는 제5계명에 대해서는 ‘형제에게 성을 내지 마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가운데 직접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이 있을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여 우리는 이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계명을 잘 지켜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단지 계명이 규정하고 있는 최소한의 법리(法理)를 지키는 것에만 안주(安住)하지 말고 그 정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오늘의 말씀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단어는 ‘완덕(完德)’이 아닌가 합니다. 흔히 수도자들의 삶을 가리켜 ‘수도(修道)생활’이라고도 번역하지만 이를 ‘수덕(修德)생활’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이처럼 우리 모든 신앙인들은 하느님을 닮기 위해 덕(德)을 갖춘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사실 우리가 아파하고 뉘우치는 내용, 고해성사때에 고백할 것들, 잘하고 있는지 고민하는 내용들은 신앙인으로서의 도리(道理)를 최소한으로 지켜야 하는 법(혹은 계명)과 완덕 사이 그 어딘가쯤에 위치하고 있을 것입니다.

 

  법규정이나 계명이 제시하는 이치(理致)와 자신이 원하는 바의 추구하는 방향이 어긋나면 계명은 우리에게 짐스럽고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바와 계명의 정신이 일치한다면 계명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이며 어떻게 선택하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귀한 지침이 됩니다. 이 점에서 그리스도교 계명이 제시하는 방향을 ‘완덕(完德)’ 곧 ‘하느님을 온전히 닮은 인간이 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것이 우리 삶의 큰 목표이자 자신의 삶 속에서 계명을 온전히 잘 지켜내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성찰하거나 고해성사를 준비할 때, 혹은 어떤 상황에서 신앙의 계명을 잘 지키는 기준을 가늠하고 싶을 때에 이 ‘완덕’이라는 시금석(試金石)을 늘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면 계명과 규율이 뜬구름잡는 공허한 내용으로 여겨지지도 않을 것이며, 영원한 생명을 우리의 삶이 이 계명으로 인하여 오히려 자유롭고 편안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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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며칠간 출타할 일정이 있어 다가오는 한주간은 강론 게재를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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