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사순 제1주간 수요일(요나 3,1-10; 루카 11,29-32)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이 믿지 못함으로 인해 벗어버리지 못한 완고함을 벗고 회개하도록 촉구하십니다. 오늘 독서인 요나서의 말씀은 이방인들의 도시인 니네베 사람들의 회개를 전하는데, 반면에 복음은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의 불신을 전합니다. 성경, 특히 구약성경의 관점에서 볼 때, 이방인이라는 것은 그저 다른 국가, 민족, 문화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이 누구이신지를 전혀 모르는 민족, 따라서 하느님께서 약속하시는 구원에 대해서도 무지하며 배제되어 있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그러나 오늘의 독서와 복음은 위와 같은 대비를 통해, '믿음'만이 자신을 구원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여러 표징이나 행위, 결과 등은 그저 그 사람이 믿음을 지녔는가를 알 수 있는 징표일 뿐, 어떤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등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구원을 보증해주지 못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믿지 못함을 되레 표징을 요구하며 확신을 주지 못한 예수님의 탓으로 돌리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두고 말씀하십니다. 요나의 설교만 들고도 회개한 이방인 니네베 사람들과 솔로몬의 지혜를 평판으로만 듣고도 머나먼 남쪽에서 찾아온 세바의 여왕은 믿음으로써 하느님의 자비를 입었지만, 하느님의 백성이라 자부하는 유대인들은 주님의 말씀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표징을 보고서도 태도를 고치기는커녕 오히려 예수님을 불신하고 모욕하기까지 하니, 그들에게 회개를 촉구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사실, 믿음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다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는 표징일 것입니다. 단지 우리가 그 표징을 알아보지 못함은 우리가 믿으려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믿으려 들다가 쉽게 믿으려는 마음을 거두어들이기 때문입니다. 

  니네베 사람들처럼 늦기 전에 하느님께로 돌아오는 사람, 유대인들처럼 믿으려 들지 않는 사람, 예수님을 사랑하고 따랐던 어떤 사람들의 모습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기도 하는 우리에게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그 무엇보다 값진 것임을 고백하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떠올리며 기합을 넣어 봅니다 : 

 “유다인들은 표징을 욕하고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찾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스도는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이고 다른 민족에게는 어리석음입니다. 그렇지만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이십니다.”(1코린 1,2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