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 죄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1요한 1,5-2,2; 루카 2,13-18)

  오늘 복음에서 무죄한 어린이들이 헤로데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어떤 분들은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심으로써 다른 아이들이 죽어야 하는 비극이 온 것이 아니냐? 예수님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이렇게 죽어도 되는가?’ 하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죄한 아이들이 죽임을 당한 것은 순전히 헤로데의 악한 행동 때문이었습니다. 헤로데는 유대인이 아니라 에돔(혹은 라틴어식 표기로 ‘이두매아’)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유대인들의 왕으로 있지만 유대인들에게 참된 왕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불쾌함에 시달렸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전하는 이 사건에서처럼 악랄한 방법까지 동원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이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것은 예수님께서 위대한 인물, 곧 하느님께서 보내주시기로 약속하신 메시아라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것입니다. 오늘의 복음을 통해 예수님이 메시아라는 사실을 증언하는 데에 두 가지 사실을 기억하면 도움이 됩니다.

첫째, 예수님은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된 분이라는 것입니다. 천사가 요셉의 꿈에 나타나 피신할 것을 미리 알려주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이런 어려움, 특히 어린아이들이 모조리 죽임을 당하는 위기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사명을 수행하게 되는 것은 유대인들이 가장 위대한 예언자로 여겼던 모세의 경우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한 아기의 탄생을 기뻐했던 것은 그분이 바로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어떤 일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우리가 진정 기뻐하고 반겨야 할 한 아기의 탄생을 비극으로 오해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비록 죽음을 당한 아기들은 아무 죄가 없지만, 헤로데에게서 드러나는 악랄함, 아담이 죄를 지은 이래로 우리 인간에게 잠재된 죄지을 수 있는 가능성이 드러난 것뿐임을 잘 알아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마태오 복음은 예수님께서 하느님께로부터 선택된 분, 참된 메시아라는 사실을 알아듣도록 우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금은 예수성탄을 기뻐하며 보내는 축제의 시기입니다. 우리를 찾아오신 아기예수님, 우리 마음 한켠에 만들어놓은 자그마한 구유에 모셔들인 아기예수님께서 진정 하느님 당신 자신이심을 믿어 고백하는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합시다. 오늘 제1독서의 말씀에서처럼, 그분은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해 주실”(1요한 1,9)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많은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것처럼 무서운 죄에서 우리를 건져주실 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