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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전례적으로 기념하는 ‘주님의 세례 사건’은 성탄시기의 끝자락에 마지막으로 기념하는 ‘주님 공현(公現) 사건의 완성’이라는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예수님께서 메시아로서의 정체를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공생활의 시작’ 사건으로서 내일부터 시작될 연중시기의 의미를 알려줍니다.

  오늘 복음은 주님의 세례 사건에 관한 기록을 전하면서, 한 사건의 끝이자 완성이며 또한 새로운 사건의 시작점을 의미하는 이 ‘주님의 세례 사건’이 가지는 의미를 통해 우리 그리스도인이 지향해야 할 삶의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자 합니다 :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카 3,22)

 

  우리가 인생의 어느 시점을 살아가면서 가지는 크고 작은 목표가 있을 것입니다. 삶의 완성이라는 것은 결국 이런 목표들을 성취해나가고자 노력하는 과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추구하는 대부분의 목표는 그 성취 지점, 곧 어떤 노력의 끝을 두고서 그 자체로 ‘완성’ 혹은 ‘완결’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전에 기울여왔던 노력의 결실과 결말이 있을지언정 더불어 이후에 시작되는 새로운 시간, 새로운 목표를 향한 여정이 동시에 시작되는 형국입니다. 그러하기에 어떤 중대한 과제나 목표가 있다고 할지언정 그것만으로 우리 삶의 완성을 논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삶의 완성(완결)을 말할 수 있는 목표(사건)을 의식하고 추구하는 노력이 없다면 우리의 삶이 갈피를 잃어버린 모습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점에서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듯이 우리 또한 받았던 세례의 사건은 갈피와 방향성이 잘 정립된 한 신앙인이 삶의 여정을 어떻게 잘 완성해 갈 것인지, 그 ‘완성을 향한 올바른 방향성’을 드러냅니다. 그것은 오늘 예수님의 세례 사건 때에 하늘에서 들려온 음성처럼 ‘하느님께서 사랑하는 아들(딸), 그분의 마음에 드는 사람’(루카 3,22 참조)으로 산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면서 살 것인가를 많이 고민하지만 때로는 그 가운데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혹은 ‘내가 어떤 사람이기를 바라는가’라는 질문을 놓치곤 합니다. 인생 전체를 놓고 본다면 내가 일구어내고자 하는 결과도 ‘나’라는 사람의 정체를 가다듬어 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인데 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 이미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으니,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목표를 위해 노력하더라도 그 가운데 ‘하느님께 사랑받고, 그분 마음에 드는 모습’으로 살고자 하는 기준을 염두에 두며 살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의 뜻과 은총 안에서 자신을 완성해가야 할 방향성이며 구원에 이르는 길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하느님을 모르거나 부인했을 시간을 종식시킴과 더불어 ‘하느님의 사랑, 하느님의 뜻’과 더불어 살아가는 새로운 시간을 살아가도록 불리움받았다는 의미로 오늘이라는 시간을 채워가야 합니다. 이러한 ‘세례의 의미’를 되새기고 잘 실천해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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