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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은 대림 제2주일이며 인권주일입니다. 보편교회는 대림시기의 두 번째 주일에 ‘회개하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오늘 복음말씀도 예언자들이 미리 예고(이사 40,3; 말라3,1)한 선구자가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를 전합니다 :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마태 3,2-3)

  광야는 불모지(不毛地)입니다만, 성경에서는 세파(世波)에서 벗어나 하느님을 체험하기 위한 장소로도 등장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거룩하신 이름을 직접 부르지 않는’ 유대인들의 전통에 비추어 볼 때, ‘하늘나라’는 메시아의 오심(마태 2,23 참조)을 말합니다.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회개와 쇄신’으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참된 회개는 판공성사처럼 지난 잘못을 고백하고 성사를 보는 예식만으로는 부족하며, 고해성사를 준비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통회’ 곧 진심어린 뉘우침의 과정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즉 하느님께서 우리 삶의 ‘주(主)님’이심을 부정하거나 그분의 뜻을 거스르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본인 중심의 삶에서 하느님의 뜻을 더욱 중심의 자리로 되돌려놓는 방향의 전환을 결심하는 “내적 참회”가 중요합니다.

 

  과연 세례자 요한은 말로만 회개를 외치지 않았습니다. 그가 선구자로서 회개의 메시지를 울려퍼지게 한 곳이 광야이듯, 소위 인류문명사회의 대표적 상징인 의식주(衣食住)에서마저 자유로워지고자 낙타털옷과 가죽 띠를 두른 채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자신이 광야로 나가면서 동시에 벗어던진 유혹의 굴레, 곧 바리사이와 사두가이에게 ‘독사의 자식들’이란 모욕적인 언사로 질책했던 당시 사회의 파벌주의, 지도자들의 위선, 가난한 백성들의 고통을 지적합니다. 

 

  좋은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는다고 했습니다.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는 동안 촛불을 밝히고,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가난한 이웃들에게 자선의 선물을 나누는 전통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모자랄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것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저 이 시기를 지내는 형식적 관습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고자 하며 수시로 하느님과 함께하기를 기피했지만, 내면의 하느님을 만나 우정을 나누는, 그분께 “사랑받는 죄인”이 되기를 소망해야 합니다. 

  대림환의 촛불 앞에서 기도할 때에는 하느님을 쉽사리 잊어버렸던 자신의 내면을 살피고, 감사할 줄 모른 채 내게 다급한 일이 전부인양 ‘좁은 마음씨’로 살았던 잘못을 참회하면서 우리 마음에 다시 오시는 주님을 따뜻이 맞을 빈 방, ‘새롭게 가다듬은 마음’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오늘 우리 공동체는 새롭게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새 식구들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분들 또한 '세례 때에 새로이 태어난' 본분에 어울리는 하느님의 자녀로 착실하게 살아가도록 성원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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