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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은 대림 제3주일입니다. 대림시기의 반환점으로 여겨지는 이날은 ‘Gaudete’(기뻐하여라) 주일이라고도 하고, 이런 기쁨의 표시로 대림시기의 자색(紫色)보다 밝은 장미색의 제의를 입기도 합니다. 이에 한국교회는 이러한 기쁨의 표시로 자선(慈善)행위를 강조하여, 오늘을 자선주일로 지냅니다.

 

  사실 우리 공동체의 교우들은 물론이며 제가 지금껏 겪어본 교우들은 대체로 자선행위에 대해 호의적입니다. 작게나마 나눔을 실천하는 데에 적극적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자선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희생에 동참하는 방법으로 여겨지며, 십자가신앙을 지닌 그리스도인들이 타인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방식인 자선행위에 인색하지 않은 것 또한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실천해 오고 있는 ‘자선’의 참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으면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세례자 요한을 두고 예수님께서 이르시는 말씀을 전합니다. 요한을 두고 예수님께서는 ‘보라, 내가 네 앞에 나의 사자를 보낸다. 그가 네 앞에서 너의 길을 닦아 놓으리라’(마태 11,10) 하고 선언하십니다. 요한의 행적, 그의 영향으로 사람들에게 일어난 변화가 세상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준비하는, ‘길을 닦아 놓는’ 행위라고 하십니다.

  자선주일을 지내는 오늘 우리가 이 말씀을 듣게 되는 것 또한 자선의 의미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즉 우리가 이전부터 이 시점까지 행해오고 있는 크고 작은 자선은 하느님나라의 완성, 곧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길을 닦는 행위입니다. 특히나 대림시기에 행하는 자선이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의 표현이라면, 그 자선의 실천이 비단 금전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나누는 것에만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희생을 치르심으로써 당신의 생명을 바치셨다는 것은 곧 그분의 모든 것을 내어주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나눈다는 것이 단지 금전과 물질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마음속의 관심이나 지지와 격려, 그들을 우선적으로 위하고자 시간을 내어놓는 것, 어려움 속에 있는 사람이 자신을 위해 기도할 줄 모르거나 이를 잊고 있을 때 그를 하느님께 의탁하는 마음 등 내어놓을 수 있는 것들이 더 있지 않을까요?

 

  때로 누군가와 가진 것을 나누고 싶어서 생각하고 준비하다 보면 나눌 것을 전달하기 전부터 기쁨이 찾아오지 않습니까? 우리는 또한번 이런 기쁨에로 초대를 받았습니다. 자선의 정신을 통해 ‘오실 그분 앞에서 그분의 길을 닦아 놓는’ 대림시기의 본분을 잘 실천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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